유수륜 이사장, “섬과 섬을 잇는 뱃사공이 되겠다”
유수륜 이사장, “섬과 섬을 잇는 뱃사공이 되겠다”
  • 금나윤 기자
  • 승인 2019.11.14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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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륜 LPG충전업협동조합 이사장 사진전 개최
“100세 시대, 문화로 아름다운
세상을 잇는 다리가 될 터“

2019 서해 간월암
2019 서해 간월암
2017 내몽고 패상
2017 내몽고 패상

그 섬에 들어가고 싶지만 들어갈 수 없다.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섬 밖에서 배회하다가 만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그런 섬이 적지 않다. 그리움과 기다림이 시작되는 섬과 섬을 잇는 뱃사공을 자처한 아마추어 사진작가가 있다.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강원도 춘천 5TONE갤러리에서 ‘섬과 섬의 경계’라는 주제의 사진전을 통해 길을 놓겠다는 유수륜 한국LPG충전업협동조합 이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우리는 뜻하지 않게 마음의 벽을 쌓고 살아갑니다. 세상이 점점 삭막해져 가는거죠. 남북을 가로막고 있는 철조망도 하나의 섬이지 않습니까?”

춘천시문화재단에서 300만원을 후원해 떠밀려 전시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30년 전 카메라를 손에 쥐기는 했지만 아직은 초보 작가다. 그렇다고 남 앞에 내놓을 만하지도 못하다고 겸손해 한다.

“독일의 철학자인 괴테는 ‘인생의 길에서 새로운 시작을 이어주는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어요’. 제가 인생의 끝자락에서 사진으로 새로운 길을 이어간다는 것이 행복하고 즐거운 일입니다. 이번 전시회가 작지만 긴 울림으로 남길 바랄 뿐입니다.”

3년 전 ‘사진 입문’을 해보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을 쪼개 사사(私師)를 모셨다. 그동안 <꽃>과 <풍경>, <별>과 <달>은 물론 <사람>에 대한 일상을 카메라에 담는 훈련을 차근차근 쌓아왔다. 매사 젊은이 못지않은 호기심과 '문화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는 소신이 카메라에서 빛을 발한 것이다

평소 글 쓰는 능력도 예사롭지 않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카메라 렌즈를 통해 섬 너머 섬을 보게 되면서 그의 눈도 달라졌다. 현재 70대 후반의 유 이사장은 춘천남성합창단 단장으로 5년째 활동하고 있으며 강원도 내 각종 문화단체와 사회복지단체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요즘은 100세 시대 또는 120세 시대로 불립니다. 직장에서 퇴직하고 나서 짧게는 30년 길게는 50년을 무엇하고 살아야 할지 고민들을 많이 합니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새로운 일거리를 이어주게 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거나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들으면서 인생의 후반기를 ‘문화예술’이라는 도구로 이어간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건강해지고 맑아질 것이라는 유 이사장.

“예술은 가진 자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하는 예술이 되어야 하고 일반 대중에게 이런 예술적인 감성이 녹아내릴 때 진정으로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입니다. 문화예술이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그림을 좋아하거나 음악을 좋아하는 것 자체가 예술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그는 틈만 나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선다. 미얀마, 태국, 중국, 이탈리아, 키르기스스탄, 몽골 등지를 돌아다녔다. 나이도 있고 최근 기업환경이 녹록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며 “셔터소리가 힐링이 된다”는 말을 했다.

“사진은 기다림의 예술이라고 합니다. 다음 주 내장산으로 출사를 갈 예정인데 이번을 놓치면 내년을 기다려야 하지 않습니까. ‘기다림’은 다른 말로 ‘그리움’이지요. 겨울과 봄을 기다리고 일출과 일몰 그리고, 별을 헤는 것 역시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인생의 5계(界) 가운데, 유 이사장은 지금 어느 경계에서 그 섬을 쳐다보고 있을지 궁금하다. 유 이사장 자작시 <내 안에 설레는 마음>을 통해 그의 삶을 곁눈질해 본다.

사진 전시회를 찾은 내빈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유수륜 이사장.
사진 전시회를 찾은 내빈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유수륜 이사장.

내 안에 설레는 마음

                             유수륜

너를 담고

우리를 담으며

설레는 삶의 그림

세상을 담는다

사랑을 담고

이별을 담으며

빛나는 마음까지

인생을 담는다

구름을 담고

바람과 하늘을 담으며

해 따라 바뀌는 산야

사계를 담는다

죽음을 담고

전설을 담고 역사를 담으며

바람의 말 사랑의 영혼

우주를 담는다

아~빛은

내 안에 친구를

우리들의 미래를

영원을 담는다.

2019 이탈리아 토스카나
2019 이탈리아 토스카나
2019 이탈리아 토스카나
2019 키르기스스탄 송쿨호수
2019 키르기스스탄 송쿨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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